남도 여행/장성

기옹정과 기옹영정

무량청정1 2016. 6. 11. 23:41


[가슴으로 읽는 한시] 바둑 즐기는 늙은이


碁翁(기옹)

自謂居鄕了債翁(자위거향요채옹)

有無要與四隣通(유무요여사린통)

靑雲金馬緣何薄(청운금마연하박)

白首林泉興不窮(백수임천흥불궁)

多少園田貽後計(다소원전이후계)

若干卷軸付兒工(약간권축부아공)

老來碁癖還堪笑(노래기벽환감소)

滿目詩饞月又風(만목시참월우풍)

바둑 즐기는 늙은이

나는야 시골 살며 빚이 없는 늙은이

재물은 이웃과 사이좋게 나눠 쓰네.

벼슬길 청운에는 인연 없어 못 올라도

전원에서 늙어가며 흥겨운 일 끝이 없네.

얼마간의 논밭은 후손에게 물려주고

약간의 서책일랑 아이 주어 공부시키네.

늙을수록 바둑 병은 우습기도 하거니와

눈에 가득 시를 부르는 달과 바람은 어쩔거나.


일러스트 : 송준영

150년 전 전라도 장성에 살던 선비 변종락(邊宗洛·1792~1863)이 만년에 썼다. 그의 호는 기옹(碁翁), 바둑을 즐기는 노인이다. 그 호를 따서 기옹정(碁翁亭)이란 정자를 짓고 바둑에 빠져 지냈다. 갚아야 할 빚이 없는 시골 늙은이라니 태평하고 여유로운 심사를 짐작하겠다. 벼슬 운은 없어도 그 대신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자식들 생계도 다 장만해두었고, 손자들 공부시킬 책도 충분하다. 이만하면 여생을 즐길 일만 남았다. 바둑은 평생의 고질병이지만 사방 천지에 멋진 풍경 펼쳐지니 시를 안 짓고는 못 배기겠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謂:이를위 薄:엵을박 軸:굴대축 付:줄부 癖:적취벽 堪:견딜감 참:탐할참


 









기옹영정

  • 소재지 : 전라남도 장성군 장성읍 안평길 46
  • 지정번호 : 지방유형문화재 제67호 (1977. 10. 20)
  • 규 모 : 가로 76cm / 세로 136cm
  • 분 류 : 유형문화재

변종락(邊宗洛)은 조선시대(朝鮮時代) 정조연간(正祖年間)의 학자로서, 기옹은 그의 호(號)인데, 이 초상화는 회갑(回甲) 때 어느 승려가 그렸다 한다. 이 영정은 조선시대의 일반사대부상(一般士大夫像)의 전형적 형식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으로서, 풍속화적(風俗畵的) 인물화(人物畵)의 의취(意趣)마저 풍긴다. 곧 사대부의 엄숙한 면모와 유풍(儒風) 감도는 분위기를 그려내고자 하는 의도보다는, 오히려 기옹에 대해 전해오는 일화적 요소들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화면 안에 배치된 바둑판, 바둑알, 술병 그리고 담뱃대 등은 모두 현(現) 기옹정(碁翁亭) 소재지(장성읍(長城邑) 장안리(長安里))에 거주하면서 동구(洞口) 앞에 연못을 파고 그 가운데에 섬을 만들어 정자를 짓고 당시 명인(名人)들과 함께 바둑과 술과 글로써 여생을 보냈다고 하는 그에 대한 일화를 전달하기 위한 요소들이다.



기옹영정이 있는 마을에 있는 보호수




우리 인기척을 듣고 나오신 6대손  여자분이 문을 열어줘 내부를 관람할 수 있었다.


영정 앞 유리가 빛을 반사해 사진이 선명치 않다.

지금은 6대손이 관리하고 있고 영정은 관리 차원에서 유명화가가 진품을 모사한 가품이라고 한다.

'남도 여행 > 장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영정  (0) 2016.06.11
요월정-황룡정  (0) 2016.06.11
시징당과 봉암서원  (0) 2016.06.11
변씨 삼강정려  (0) 2016.06.11
영사정  (0) 201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