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방장산(고창)

양고살재에서 출발

무량청정1 2009. 7. 11. 18:01

고창 방장산(742.8m)

조망 뛰어난 전형적인 육산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등산인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고있는 산들이 여럿 있다. 호남고속도로변의 명산으로 이미 여러 해 전 자리를 구축한 고창 방장산(742.8m)은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찾는 이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백제 불교가 처음 자리잡은 영광 불갑산(516m) 역시 인기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영광나들목에서 30분이면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경인 지역뿐만 아니라 멀리 강원도 일원의 등산인들까지도 찾아들고 있는 것이다.

   호남평야를 호령하듯 솟아 조망이 뛰어난 고창 방장산과 백제 불교가 첫 도래지 불갑산의 다양한 코스를 특별부록지도와 함께 소개한다.

 

   전북 고창군과 정읍시, 전남 장성군의 경계를 이룬 방장산은 전형적인 육산의 산세를 지녔음에도 바위산 못지않게 힘찬 기운과 뛰어난 조망을 자랑하고 있다. 우두머리를 일컫는 '방장'을 이름으로 삼은 산답게 전남과 전북을 가르며 우뚝 솟구친 이 산은 북동 방향으로 주봉으로 삼는 봉수대와 734m봉을 거쳐 장성갈재(274.1m)로 산줄기를 뻗어나가고, 남서쪽으로는 벽오봉(약 640m)을 거쳐 양고살재로 이어지면서 거대한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그 사이 장성갈재와 노령으로 연결되는 입암산(626.1m)을 비롯한 내장산 국립공원 내의 산봉들과 멀리 담양호 주변의 추월산과 강천산이 바라보이고, 서로는 고창벌이 내려다보이는 등, 사방으로 멋진 조망을 조망한다.

   주봉격인 봉수대는 현재 지형도 상이나 눈으로 보기에도 742.8m봉에 비해 낮지만, 암봉을 이루며 사방으로 절벽을 이루고 있어 조망이 매우 뛰어나다. 고창군청 직원의 말에 의하면, 이 봉수대가 742.8m봉에 비해 조금 높았으나 6.25때 폭격을 맞아 낮아졌다고 한다.

   예로부터 산이 신령스럽고 산세가 깊어 도적이 많이 들끓었다는 방장산의 원래 이름은 방등산(方登山)이었다. 지금은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이나 서해안고속도로 고창 나들목에서 10~20분이면 닿을 수 있지만, 73년 11월 호남고속도로 전주~순천 구간이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가까이 하기 쉽지 않은 산이었다. <고려사악지>에 실린 다섯 편의 백제가요 중 '방등산곡(方登山曲)'이 방등산 도적떼에게 잡혀간 여인이 남편이 구하러 오지 않아 애통해하는 내용이라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예전에는 얼마나 후미진 곳이었나 짐작할 수 있다.

   방장산에 등산인들의 발길이 사철 끊이지 않는 데에는 산세와 더불어 산기슭에 들어앉은 자연휴양림과 가까이 위치한 석정온천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방장산과 벽오봉을 잇는 고창고개 남쪽에 자리잡은 휴양림은 교통이 편리하고, 조망이 좋아 휴일이나 평일 할 것 없이 찾는 이가 많아 전국의 여러 휴양림 중에서도 이용률이 으뜸으로 꼽힐 정도다. 또한 석정온천은 방장산을 온천산행지로 자리잡게 해주었다.

   방장산은 국립지리원 발행 지형도에는 고창고개와 봉수대 사이의 742.8m봉이 가장 높게 표기돼 있지만, 고창 산악인들이 꼽는 정상은 742.8m봉 북동쪽으로 500m 거리를 둔 봉수대 흔적이 남아있는 약 715m봉이다.

   또한 지형도에 방문산(方文山)이라 표기돼 있는 640m봉은 제작 도중 장(丈) 자를 잘못 인쇄한 것으로 보인다. 등산로 안내판에 모두 '벽오봉' 이라 표기하고 있다. 이밖에 서래봉(또는 써레봉), 연지봉 등의 지명을 표기해 놓은 지형도가 있으나 현지 등산인들도 이런 지명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방장산 산행기점은 자연휴양림, 고창읍내, 용추동, 장성갈재, 양고살재 등으로 크개 나눌 수 있다. 그중 등산인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코스는 장성갈재~양고살재 종주코스와 양고살재~벽오봉~장성고개~정상~장성고개~휴양림 코스다. 휴양림 산림휴양관 옆 운동시설지구~안부 삼거리(방장사 갈림목)를 거쳐 벽오봉~장성고개~정상~장성고개를 거쳐 휴양림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도 찾는 이들이 많다. 고창읍내 일원에서는 월곡리 상원사나 미륵사 기점과, 용추동 코스 등은 주로 고창 토박이 산꾼들이 이용하고 있다.

   ☆장성갈재 기점 종주코스

   호남평야 줄곧 내려다보는 조망 일품

   장성갈재는 방장산 북동단의 고갯마루로, 서울과 부산을 잇는 1번 국도가 지나고 있지만, 호남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로는 지방도 수준으로 통행량이 격감해 늘 한갓진 곳이다. 곡선구간이 많은 도로이므로 정읍 나들목보다는 백양사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1번 국도를 타고 접근하는 게 덜 피로하다. 고갯마루 동쪽으로 차를 세워놓을 공간이 있다.

   고갯마루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차단문이 설치돼 있는 임도와 그 오른쪽으로 나뭇가지에 수많은 리번이 매달려 있는 산길이 보인다. 임도를 따르다 산길로 접어들 수도 있으나, 곧장 산길로 접어들도록 한다.

   산길은 들어서자마자 숲 우거진 가운데 급경사 오르막이 한동안 이어진다. 20분쯤 지나면 턱진 능선 사면을 올라선 다음 곧 헬기장을 거쳐 무명봉(약 510m)에 올라선다, 무명봉을 넘어서면 능선은 좁아지면서 군교통호가 어지러이 나타나다 뚝 떨어진다. 에태껏 올라온 높이가 아까울 정도로 떨어지는 구간이다.

   안부(약 440m)를 지나면 다시 오르막이 한동안 지속되다 고흥 유씨묘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뒤돌아서면 나뭇가지 사이로 힐끗힐끗 보이던 입암산을 비롯한 내장산 국립공원 일원이 시원스럽게 바라보인다. 여기서 오른쪽 능선길을 따르면 정읍시 입암면 연월리 신월 마을로 내려선다. 전주와 정읍 등산인들이 하산로로 즐겨 이용하는 산길이다.

   묘를 지나 바윗덩이가 거칠게 박혀 있는 능선을 잠깐 올라서면 734m봉 정상이다(갈재 1.8km, 신월리 3.2km). 등산로 오른쪽에 튀어나온 정상 바위에 올라서면 방장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산허리를 감싸고 휘돌며 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임도, 그리고 수도저수지의 푸른 물빛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을 내려서는 산길을 따르노라면 734m봉 직전까지의 산세와 달리 바위산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능선이 이어진다. 잡목과 조릿개 구간에 이어 그늘을 드리울 정도로 커다란 바위를 지나 짤막한 내리막을 내려서면 산길은 오른쪽으로 굽어지다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능선 등날에 올라선다. 여기서 능선길을 계속 따르면 2m 높이의 침니바위를 내려서야 하고, 왼쪽 우회로를 따르면 침니바위 아래로 내려선다.

   침니바위를 지나면 곧 조망이 뛰어난 너럭바위에 다다른다. 산길 왼쪽으로 삐져나온 이 바위에 올라서면 남사면뿐 아니라 등 뒤로 장성갈재 남쪽으로 곧게 뻗은 호남고속도로와 뱀이 기어가듯 구불거리는 국도가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극적으로 대비하여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방장산을 바라볼 때 세번째 봉이 고창 산악인들이 주봉으로 삼는 봉수대이고, 그 뒤에 솟은 둔중한 봉이 최고봉이다.

   너럭바위를 지나면 제법 아슬아슬한 슬랩바위를 내려선 다음 안부로 뚝 떨어진다. 해발 600m의 안부까지 거의 100m나 떨어지는 내리막이다. 잡목에 가려 눈에 들어오는 것의 별로 없지만, 한 길 높이의 조릿대를 스치는 기분이 괜찮게 느껴진다. 안부를 출발, 두번째 봉을 넘어서면 갈림목에 다다른다.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은 급경사 능선을 따르다 용추~소갈재 임도를 거쳐 고창군 신림면 신평리 신기 마을로 내려선다. 등로보다는 하산로로 이용하는 게 바람직할 만큼 상단부 구간이 가파른 능선길이다.

   갈림목을 지나 급경사 오르막을 100여m 따르면 널찍한 봉수대 정상에 올라선다. 풀밭이 곱게 조성돼 있는 가운데, 조망이 뛰어나 일단 앉으면 여간해서 일어설 마음이 생기지 않는 곳이다. 봉수대는 원래 500m 남서쪽에 솟은 742.8m봉보다 높았으나 6.25때 폭격을 맞아 높이가 낮아졌다고 한다. 봉수대에 올라서면 최고봉에 비해 높이가 낮다는 것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

   봉화대에서 북사면이 절벽을 이룬, 웅장한 정상으로 가려면 문바위재로 내려섰다 다시 올라야 한다. 길지는 않지만 장성갈재를 출발한 이후 제법 걸은 뒤라 체력이 떨어진 사람은 능선길을 따라 20분쯤 내려가면 닿은 장성고개에서 왼쪽(남쪽) 길을 따라 휴양림으로 내려서도록 한다. 오른쪽 길은 용추계곡을 따라 용추동을 거쳐 신기 마을로 이어진다. 장성고개에서 휴양림 관리사무소까지는 20분 정도면 내려선다.

   장성고개에서 벽오봉 직전 안부까지는 남사면의 완경사 편백나무숲을 거친다. 편백향이 그윽하고 고즈넉한 산길이다. 편백나무숲을 빠져나와 오르막을 올려치면 벽오봉 직전의 활공장에 올라선다. 부드러운 봉우리에 널찍하게 조성돼 있는 활공장은 고창 조망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고창읍내와 벌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활공장과 벽오봉 사이의 갈림목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100m쯤 내려가면 능선 상에 유일한 샘인 '방장샘'이 나타난다. 10여 년 전 방장산악회 회원들이 우물처럼 닦아놓은 것이다. 샘을 마주보고 오른쪽 길을 따르면 상원사로 내려선다. 급경사 내리막길이어서 등로보다는 하산로로 이용되고 있다.

   벽오봉 정상(석정온천 3km, 방장산 4.4km)에서 방장사까지는 부드러운 능선길로 떡갈나무숲을 따르다 능선 삼거리에서 오른쪽 서릉으로 접어들면 월암리 수월 마을 고창종합운동장 앞으로 내려선다. 고창 군민들은 이 능선을 등로로 이용, 벽오봉에 올라섰다 미륵사로 내려서는 코스를 산책로 삼아 이용하곤 한다. 초반부는 경사가 급하지만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능선 삼거리에서 왼족 능선을 따라 안부로 내려서면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은 휴양림 방향이고,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서면 거대한 절벽 아래 자리잡은 방장사에 닿는다. 법당과 요사채 한 동이 전부지만 뒤편의 절벽과 작은 앞마당, 그 아래 조망 등이 잘 어우러져 산사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사찰이다. 봄철 앞마당에 홍도화가 활짝 피었을 때는 분위기가 더욱 화사하다.

   방장사를 내려서서 오른쪽 숲길을 좇으면임공사를 거쳐 석정온천 조성단지로 떨어지고, 왼쪽 주등산로를 따르면 밀알탑과 나무계단길을 거쳐 양고살재로 내려선다. 밀알탑은 고창 밀알회가 97년 4월 초 동백나무를 심은 다음 주변 돌멩이를 하나 하나 쌓아 올린 돌탑이다.

   장성갈재~방장산~벽오봉~양고살재 산행은 6시간 정도 걸린다. 벽오봉 부근의 방장샘에 이르기 전에는 물을 구할 곳이 없으니 한낮의 열기가 대단한 6월 이후에는 식수를 충분히 준비하고 산행에 나서야 한다.

   ☆휴양림 기점 원점회귀 코스

   3시간 거리 단란한 가족산행 코스

   휴양림 기점 원점회귀코스는 산림휴양관 옆 운동시설 지구에서 급경사 사면을 타고 방장사 위 능선에 올라선 다음 능선을 타고 벽오봉을 거쳐 정상에 오른 다음 다시 고창고개로 되돌아왔다가 왼쪽(남쪽) 산길을 따라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코스가 가장 적합하다.

   운동시설지구에서 급경사 사면길을 거슬러 10분쯤 오르면 방장사, 벽오봉 갈림목에 닿는다. 능선을 넘어서면 방장사로 떨어지고, 왼쪽 능선을 따르면 벽오봉으로 올라선다. 이 코스는 휴양림 입구에서 1km쯤 떨어진 양고살재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또한 휴양림에서 시작, 정상에 올랐다 벽오봉을 거쳐 양고살재로 내려서기도 한다. 3시간30분 소요.

   짤막한 산행을 원하면, 맨 위쪽 산막 직전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곧바로 고창고개로 올라선 다음 742.8m봉을 거쳐 봉수대에 올랐다가 다시 고창고개를 거쳐 하산하는 식의 산행을 한다.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양고살재 기점 코스

   절묘하게 절벽에 걸려 있는 방장사 일품

   전남, 전북의 도경계이자 고창, 장성군의 군경계인 양고살재는 병자호란 때 누루하치의 사위인 양고리가 고창 출신 무장인 박의가 쏜 화살에 눈을 맞아 죽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고개로, 방장산에서 인기 높은 산행 기점이다.

   고창쪽에서는 장성 방향으로 향하다 석정온천을 지나자마자 첫번째 삼거리에서 왼쪽 15번 지방도로를 따라야 하고,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에서는 서쪽으로 뻗은 15번 지방도로를 따라 7km쯤 거슬러 올라야 한다.

   양고살재에서는 다양하게 코스를 잡을 수 있다. 방장사를 거쳐 능선에 올라선 다음 벽오봉~고창고개~정상을 거쳐 장성갈재로 내려서는 종주 코스가 가장 길고, 고창고개에서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코스가 인기 있다.

   고창 산악인들은 방장사와 벽오봉 사이의 능선 삼거리에서 월암리로 하산하거나 벽오봉에서 상월(5.5km, 3시간)로 내려서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고창고개에서 용추계곡을 거치거나 봉수대 너머 삼거리에서 서쪽 지능선을 따라 신림면 신평리 신기 마을(7km, 4시간)로 내려서기도 하는데, 신기 마을에서 고창이나 정읍으로 가는 노선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아 교통이 불편한 점이 흠이다.

   ☆고창읍내 상월, 월암 기점

   벽오봉을 중심으로 오르내리는 코스들

   고창읍내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상월과 월암 마을 기점 코스가 대표적이다. 두 코스를 잇는 원점회귀 산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사가 완만한 상월 마을 기점 코스로 벽오봉에 올라섰다 급경사 길로 상원사로 내려선 다음 진입도로를 따라 월암 마을로 빠져나오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고창 산악인들은 대개 양고살재에서 출발, 벽오봉으로 올라선 다음 상월이나 월암 마을로 내려선다.

   월곡리 상월 마을 기점 코스는 도로변에서 미륵사까지 1km 구간은 차량으로 진입할 수 있다. 본격적인 산행은 미륵사를 100m쯤 앞두고 왼쪽 임도로 들어서면서 시작한다(상월 1km, 미륵사 0.1km, 벽오봉 2.5km 안내판). 임도로 들어선 다음 닭, 개 축사를 지나면 곧 숲 분위기 고즈넉한 오솔길로 들어서고, 200m쯤 더 가면 길 오른쪽에 '方丈山門' 이라 적힌 선바위를 지나 개울물을 건넌다. 이후 산길은 물줄기를 오른쪽에 두고 계속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미륵사 입구 삼거리 이후 약 20분간 완만하게 이어지던 산길은 물줄기 합수지점을 올라선 다음부터 가팔라지고, 곧 임도 갈림목(벽오봉 1.2km, 상원사 2km, 미륵사 1.3km)에 올라선다. 왼쪽은 과수개발지역으로 들어서고, 오른쪽 길을 따르면 능선 사면을 따라 상원사로 향한다.

   갈림목을 지난 이후 산길은 더욱 가팔라지지만, 20분 정도면 벽오봉 서릉에 올라선다. 서릉 직전의 갈림목에서 왼쪽으로 빠지는 길 역시 고창읍내로 이어진다. 갈림목에서 서릉을 따라 10분쯤 오르면 벽오봉 북쪽의 활공장에 옹라선다.

   상원사로 하산하려면 활공장과 벽오봉 사이의 안부에서 서쪽으로 100m쯤 내려서면 나타나는 방장샘에서 서쪽으로 떨어지는 길을 따라야한다. 상원사에서 공설운동장까지 2km 구간은 차량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따라서 샘터에서 하산을 시작하면서 고창읍내의 택시를 부르면 읍내까지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택시요금 6,000원. 고창택시 063-561-0001, 564-3551.

   ☆용추동 기점

   고창에서 가장 수량이 풍부한 계곡

   용추계곡은 수림이 울창하고 수량이 풍부한 골짜기로 특히 여름철에 찾는 이가 많다. 골짜기를 따라 고창고개까지 올라선 다음, 정상~문바위재~봉수대를 거쳐 봉수대 너머 삼거리 갈림목에서 왼쪽(서쪽) 지능선을 타고 다시 용추동으로 하산하는 식으로 코스를 잡는 게 좋다.

   용추동은 고창읍에서 23번 국도를 따라 정읍 방향으로 3km쯤 진행하다 자동차정비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지방도로로 진입한다. 지방도는 곧 두 가닥으로 나뉘는데, 왼쪽 798번 지방도 대신 오른쪽 마을길을 따라야 곧장 신기 마을로 갈 수 있다.

   신기 마을에서 아스팔트 도로 오른쪽 마을길을 따라 1km 들어서면 용추교 앞 임도에 다다른다. 다리 직전 임도 안내판(갈촌 4km, 용교리 8km, 반룡리 2.5km, 월곡리 3.5km)에서 골짜기 오른쪽 숲쪽을 바라보면 산길이 나타난다. 이 길이 고창고개까지 이어진다. 승용차로 접근할 경우 다리 부근의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산행에 나서면 된다.

   봉수대에서 용추동으로 내려서려면 장성갈재 방향으로 내려서다 첫번째 안부 삼거리에서 왼쪽(서쪽) 길을 따른다. 이 길은 급경사 능선을 따라 뚝 떨어지다 묘 2기를 지난 다음 왼쪽 사면으로 내려선다. 솔향기 그윽한 소나무 숲길을 따르노라면 곧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실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내려오게 되고, 지그재그 길을 거쳐 용추동~성내면 용교리 간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 갈림목에서 왼쪽 방향으로 5분쯤 내려서면 용추교 앞에 다다른다.

   용추동~용추계곡~고창고개~정상~봉수대~서릉~용추동 산행은 3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방장산 자연휴양림은 장성군 북이면 사가리(호남선 백양사역)나 고창읍에서 접근한다. 백양사역까지는 서울~광주 간 호남선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백양사역에서 휴양림으로 가는 노선버스는 없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택시료 약 6,000원.

   고창까지는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 07:00~17:00, 1일 16회 운행),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30~20:30, 1일 32회 운행, 전화 062-360-8114 ARS), 전주(공용버스터미널에서 06:05~20:30, 1일 24회 운행, 전화 063-270-1700) 등지에서 직행버스가 수시 운행하고 있다. 고창에서도 휴양림까지 다니는 노선버스가 없기 때문에 역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에서 빠져나가 고창으로 이어지는 15번 국지도(국가지원 지방도)를 따른다. 백양사 나들목에서 휴양림까지는 약 6km. 휴양림 입구에서 양고살재까지는 약 1km.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에는 고창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역시 15번 지방도를 따라 고창읍내를 거쳐 진입한다. 석정온천을 지난 삼거리에서 왼쪽 도로를 따르다 양고살재를 넘어 1km쯤 내려서면 도로 왼쪽에 휴양림 입간판이 보인다.

   고창~상월, 월암=고창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0~40분 간격(06:00~18:00)으로 운행하는 석정온천행 대한교통 시내버스 이용. 전화 063-564-3943~4. 터미널 부근에서 택시를 이용할 경우 3,000원 안팎.

   고창~신기=정읍행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6회(07:10, 08:08, 12:45, 15:30, 18:10, 19:59) 운행하는 정읍행 대한여객 시내버스 이용.

   정읍~신기=시외버스터미널 부근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1일 6회(07:35, 11:00, 14:00, 16:40, 17:10, 19:20) 운행. 대한여객 정읍영업소 전화 063-533-4101.

   고창 시외버스터미널 기준 택시요금은 상원사 6,000원, 석정온천 4,000원, 미륵사 5,000원, 휴양림 8,000원. 고창택시 063-561-0001, 564-3551.

   *숙박

   숙박은 방장산 자연휴양림 외에는 고창읍내의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동방호텔(063-563-7070), 워커힐(561-5358), 마주와모텔(561-0037), 넥스텔여관(564-8999), 그린파크장(562-5900).

   *석정온천

   겨울철에도 개울물이 따뜻해 목욕했다고 전해지는 고창읍 석정리에 개발된 석정온천은 프랑스의 루르드 온천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발견된 게르마늄 온천이라고 온천 관계자는 밝힌다. 게르마늄 온천수를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마시고 목욕을 즐기면, 질병에 대한 자연 치유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게르마늄 성분 외에도 인체 내의 노화된 부분을 회생시키는 고단위 토코페롤 영양소 세르늄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고혈압, 당뇨병, 신경통, 만성류마티스, 관절염, 협심증 등 각종 성인병에 뛰어난 효능이 있다고 한다.

   1990년 온천지구로 지정받고, 92년 3월 석정온천리조텔(지하 2층, 지상 2층)을 개장한 이후 다양한 계층의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요양 및 휴양을 위한 전원형 온천관광지를 조성할 계획으로 현재 대규모 기반 조성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는 온천욕장만 개장한 상태로, 입욕료는 대중탕 어른 4,000원, 오린이 3,000원, 고급 사우나 어른 6,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전화 063-564-4441.

   노선버스가 고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30~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고창읍성

   방장산 산행시 꼭 답사할 만한 곳이 고창읍성(사적 제145호, 고창읍 읍내리)이다. 조선시대 전국에 쌓은 읍성은 19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수많은 전란과 도시 발전에 밀려 개부분 사라져 버리고 전체적인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읍성은 고창읍성을 비롯, 수원성, 진주성, 동래읍성, 낙안읍성, 해미읍성 등 10개소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 원년(1453년)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장태봉(180m) 능선을 다라 원형으로 축성한 자연석 성곽이다.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불리는 이 성은 나주 진관의 입압산성과 연계되어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로서 잘 보존되어 있다.

   1965년 4월1일 사적 제145호로 지정된 이 성의 둘레는 1,684m, 높이 4~6m, 면적은 5만여 평으로, 동,서,북문과 3개 옹성, 6개 치성을 비롯해 성밖의 해자 등 전략적인 요충시설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

   성내에는 동헌, 객사 등 22동의 관아건물과 2지(池) 4천(泉)이 있었으나 전화로 소진되고 상곽과 공북루만 남아 있던 것을 1976년부터 옛 모습대로 복원해 오고 있다. 지금가지 22동 중 동헌, 객사, 풍화루, 공북루 등 14동이 복원됐고, 성밖 외곽도로를 말끔히 정비해 철쭉과 백일홍 등 꽃나무를 심어 꽃길로 가꾸어 놓았다.

   고창읍성 성밟기는 이미 잘 알려진 민속행사로, '한 바퀴 돌면 다리병이 낫고, 두 바튀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읍성밟기는 저승문이 열리는 윤달에 해야 효험이 높다 하고, 같은 윤달이라도 3월 윤달이 제일 좋다고 한다. 또한 엿샛날이 '저승문이 열리는 날' 이라 하여 '초엿새', '열엿새', '스무엿새' 날에 답성 대열이 절정을 이룬다. 성을 돌 때는 반드시 손바닥 만한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세 바퀴 돌아 성 입구에 다시 그 돌을 쌓아두도록 되어 있다. 성밟기 행사는 매년 음력 9월9일 중앙절에 열리는 모양성제 때 열린다.

   연중무휴로 개장시간은 봄가을 05:30~19:00, 여름 05:30~20:00, 겨울 06:00~18:00. 입장료는 어른 770원, 군인 청소년 440원, 어린이 220원. 주차료(당일 기준) 승용차, 소형버스 1,000원, 대형버스 2,000원. 문의 고창군청 문화체육과 전화 063-560-2224.

 

방장산(743m)

자연휴양림~방장사~벽오봉~정상~휴양림 원점회귀 산행

 

   또 한 해가 가고 있구나 하는 감상에 젖기 좋은 곳은 역시 나뭇잎이 누렇게 퇴색되어 가고, 산길에 낙엽 뒹구는 늦가을 산이다. 그곳에서는 자연의 안타까운 몸부림이 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새들이 세월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다하지만, 결국 빛이 바래면서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전북 고창과 전남 장성의 경계를 이룬 방장산(743m)은 이런 분위기를 잘 자아내는 산이다. 우두머리를 뜻하는 '방장(方丈)'을 산이름으로 삼은 산 답게 우뚝 솟은 정상과 더불어 장쾌한 능선을 자랑하면서도 산사면에는 울창한 숲이 들어서 있다. 이 방장산의 낙엽 휘날리는 숲길과 산줄기를 타면서 새천년의 새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쉬워 했다.

   방장산 자연휴양림 산막에서 아침해를 맞은 취재팀은 오전 11시 방장산 등산로를 정비하는 데 앞장선 고창 방장산악회의 조기담 회장 일행 4명과 휴양림 팀장 임길섭씨와 함께 산행에 나섰다. 산행은 휴양림을 출발, 방장사~벽오봉~고창고개를 거쳐 방장산 정상에 오른 다음 임도로 내려서서 다시 휴양림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를 택했다.

   산림문화휴양관을 거쳐 산허리를 타고 도는 산길로 접어드는 사이 방장산 정상부가 눈에 들어온다. 산사면이 온통 누렇게 변해가고 있다. 호남고속도로 너머 입암산을 비롯한 내장산 국립공원 일원의 산들도 을씨년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산길에 나뒹구는 낙엽에는 아직 윤기가 흐른다. 가파른 길을 오를 때는 낙엽을 밟으면 발이 밀리곤 한다. 하지만 모두들 결코 싫지 않은 표정이다. 산길은 능선으로 곧장 오르지 않고 산사면을 타고 오르다가 지능선을 가로지른 다음 양고살재쪽으로 향한다. 남사면에 접어들면서 휴양림보다 고도가 조금 낮고, 양지바른 쪽이어서 인지 숲에는 푸른 기운이 아직도 남아 있다.

   사면길이 끝나고 양고살재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만났다. 양고살재는 고창서 올라온 894번 지방도로와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에서 뻗어오른 15번 지방도로가 만나는 고개로, 전북 고창과 전남 장성군 경계를 이루고 있다.

   병자호란 때 누루하치의 사위인 양고리가 고창 출신 무장인 박의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양고살재는 방장산에서 인기 높은 산행 기점이다. 여기서 벽오봉(약 640m)에 올랐다가 상월로 내려서거나 계속 능선을 타고 방장산 정상에 올랐다가 용추폭을 거쳐 용추동으로 내려서기도 한다.

   양고살재 등산로와 만나면서 산길은 매우 좋아졌다. 한동안 통나무 계단으로 이어지던 등산로는 밀알탑에 이르러 널찍한 사면길로 바뀐다. 밀알탑은 고창 밀알회가 97년 4월 초 동백나무를 심은 다음 주변의 돌멩이를 하나 하나 쌓아올린 돌탑이다.

   사면길을 따르는 사이 양고살재에서 고창읍으로 뻗어내린 도로가 마치 비단 뱀이 기어가듯 보이고, 그 아래 석정온천과 고창읍이 한눈에 든다.

   방장사는 절벽 아래 자리잡고 있었다. 예전에 임공사(臨空寺)가 이곳에 있었으나 절집이 산 아래로 내려간 다음 불자들이 힘을 모아 새롭게 세운 암자라 한다. 방장사는 법당과 요사채, 선방으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암자지만, 조망은 매우 뛰어나다. 날이 좋을 때는 멀리 서해바다까지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방장산에는 물이 귀합니다. 벽오봉 정상 기슭에 옹달샘이 한 군데 있기는 하지만 물이 말라 있을 적이 많습니다. 따라서 아예 집에서 물을 준비하거나 이 절에서 식수를 준비해야 합니다. 오늘은 방장사에서 구하면 되겠네요."

   조기담 회장은 방장사 석간수가 능선산행 중 식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석간수에 목을 축인 다음 법당에 들어가 불공을 드리고는 물을 수통에 담는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요사채 밑으로 나 있다. 사면길을 타고 오르자 능선마루, 휴양림의 산림휴양관이 바로 밑으로 보인다. 휴양림쪽으로 길이 나 있다면 10여 분이면 오를 수 있는 거리를 1시간여 걸린 것이다. 방장산악회 회원들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본 임길섭씨는 "11월 안에 등산로를 내겠다"고 약속한다.

   능선길을 따라 579m봉에 오르자 고창 일원의 평야지대와 야트막한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의 묘에 묻힌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산밑을 바라보노라면 결코 이승을 떠난 것이 서글프지만은 않으리라 생각된다.

   능선 등날을 따라 숲이 우거져 있다. 소나무가 한동안 이어지다 차나무가 대신하고, 참나무가 끝나면 잡목숲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벽오봉 정상을 지나 활공장으로 다가서는 순간 고창벌과 그 뒤에 솟아 있는 많은 산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저 산줄기가 왜 저 벌판을 가로질러 넘어서지 못했나 하는 산꾼으로서의 아쉬움에 가슴이 답답해온다.

   산밑에서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정신아 맑아진다. 그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방장산은 매력이 넘친다. 양옆으로 깎아지른 낭떠러지가 있고, 또 산산이 산줄기를 좌우로 흘리기에 산으로서의 멋이 있는 것이다. 방장산은 그렇게 고창벌과 장성벌을 가르며 힘차게 뻗어 나아가면서 능선 곳곳에 바위 보석으로 치장, 한껏 멋을 내고 있다.

   활공장 부근에서 점심을 마친 일행은 이제 빤히 바라뵈는 방장산 정상을 향했다. 조기담 회장은 "여기서 보이는 정상부 능선에서 세 번째 솟은 봉이 최정상" 이라 일러준다. 능선 길은 내리막으로 이어지다 휴양림행 갈림길이 나 있는 안부에서 능선 남쪽 사면길을 따른다.

   사면에는 편백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편백나무 숲을 빠져나가자 고창고개. 여기서 왼쪽 계곡 길을 따라 30분쯤 내려가면 용추폭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15분쯤 내려가면 휴양림 산막으로 내려선다.

   안부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사이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우리가 지나온 능선은 해가 넘어가면서 그늘져 버렸다. 방장산 오름길은 뒤돌아보는 순간 순간 가슴을 철렁 내려앉힌다. 뒤돌아볼 적마다 산그림자가 계속 좇아오고 있다.

   산그림자에 덮히지 않으려고 계속 줄달음질 치지만 언제 덮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파란 하늘 향해 솟아오른 정상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머리가 맑아진다. 우리는 차가운 바람을, 차가운 겨울그림자를 피해 계속 줄달음치는 가을 햇살을 좇고 있었다.

   첫 번째 봉과 두 번째 봉을 지나 문바위재를 거쳐 방장산 정상 팻말이 서 있는 세 번째 봉우리 꼭대기에 올라섰다. 조기담 회장이 고도계로 재보았다지만 아무리 보아도 첫 번째 봉이 높게 느껴진다. 어쩌면 세 번째 봉 정상에 옛날 봉수대가 있었기에 당연스레 방장산 정상으로 인정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봉수대 정상의 조망은 대단하다. 해발 743m 높이에도 불구하고 고창, 장성뿐 아니라 광주, 정읍, 담양, 부안 등 호남 중부 일원의 산을 다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사방이 트여 있다. 역시 산은 단지 높이로서 가늠할 수는 없는 것이다.

   3년째 휴양림을 담당하고 있는 임씨는 계획이 많다. 휴양림을 기점으로 등산로를 여러 가닥 뚫고, 휴양림에서 장성갈재까지 이어지는 임도를 이용해 산악자전거 코스를 만들고, 정상 아래 비트를 발굴해 유적지 탐방 코스도 만들 생각이라고 말한다.

   풀밭에 앉아 과일을 깎아 먹는 사이 산그늘이 서서히 덮쳐오기 시작한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예서 겨울을 맞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밀려들면서 문바위재를 거쳐 임도를 향해 하산길을 재촉했다.

   *산행 길잡이

   방장산 자연휴양림은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에서 불과 6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접근이 쉬운 편이다. 나들목을 빠져 나와 고창쪽으로 가다보면 양고살재 고갯마루 약 1km 못미처 휴양림 입간판이 보인다. 여기서 오른쪽 길을 따르면 곧 관리사무소 겸 매표소에 이른다.

   휴양림을 기점으로 산행할 때 등로는 다양하게 잡을 수 있다. 산림문화휴양관에서 운동시설부지쪽으로 가다보면 비포장 임도에 이어 산길이 나온다. 산허리를 타고 나 있는 이 산길을 따르면 양고살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난다. 이후 통나무 계단길로 시작되는 능선길을 따르면 방장사~벽오봉~고창고개~방장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관리사무소는 동행 답사 이후 운동시설부지에서 장안사 북쪽 능선으로 곧장 오를 수 있는 길을 닦아놓았다. 이 길을 따르면 30분 이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고창고개나 벽오봉 북동쪽 안부에서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다. 짧은 산행을 원하는 사람은 이 코스를 따른다.

   정상에서 이도로 내려서려면 정상과 두 번째 봉 사이의 안부인 문바위재에서 동쪽 사면길을 따른다. 30분 정도면 임도로 내려설 수 있다. 임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휴양림까지는 약 6km 거리이다. 눈이 쌓여 있지 않는 상황이라면 승용차도 통행이 가능한 비포장 도로로 일행 한 명이 차를 몰고 오면 1시간 반 정도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방장산은 식수를 구할 만한 곳이 거의 없다. 따라서 휴양림에서 식수를 준비하고 산행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휴양림관리사무소는 산불예방기간(11월15일~12월15일) 중에도 산불경보만 내리지 않는다면 휴양림 기점 산행은 허용할 계획이다.

   *교통 및 숙박

   휴양림은 장성군 북이면 사가리 백양사역 부근이나 또는 고창읍에서 접근한다. 백양사역까지는 서울 ~광주간 호남선 열차나 광주~정읍간을 수시 운행하는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백양사역에서 휴양림으로 가는 노선버스가 없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약 10,000원.

   고창까지는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 07:00~19:00, 50~70분 간격 운행),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30~20:30, 1일 32회 운행), 전주(공용버스터미널에서 06:10~20:30, 1일 15회 운행) 등지에서 직행버스가 수시 운행하고 있다. 고창에서 휴양림까지 다니는 노선버스가 없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약 7,000원.

   *자연휴양림 내 시설물 사용료(성수기/비수기, 예약전화 061-394-5523)

숲속의 집 10평형 50,000/35,000원, 20평형 70,000/49,000원.

산림문화휴양관 7평형(1실) 40,000/28,000원, 7평형(1실+다락) 50,000/35,000원, 9평형(1실) 50,000/35,000원,

9평형(1실+다락) 60,000/42,000원, 11평형(2실) 55,000/38,500원, 11평형(2실+다락) 65,000/45,500원, 16평형(2실)

60,000/42,000원, 16평형(2실+다락) 70,000/49,000원.

야영데크 4,000/2,800원, 입장료 성인 1,000/800원, 청소년 600/500원, 어린이 300/300원.

성수기는 6~8월, 9~5월은 비수기.

 

전라남도의 산

고창-장성 방장산(744m)

산신이 살 듯 신비로운 산

 

   청운의 뜻을 품고 전라도에서 한양으로 과거보러 가는 선비와 보부상, 벼슬을 얻어 부임지로 가는 관리들이 넘나들던 재가 갈재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갈재는 이제는 터널로 뚫렸고 정읍쪽으로 한적하게 넘는 차량만 있을 뿐이다. 서울에서 보면 갈재도 남도의 첫 관문이며 문의 좌우 수문장은 방장산과 입암산이다.

   <고려사> '악지'에 전하는 백제가요 다섯편 중에 '방등산가'가 있다. 도적떼에게 잡힌 아낙네가 남편이 자기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내용만 전하고 가사는 전하지 않는데 이 노래의 제목 '방등산'은 바로 방장산을 의미한다.

   갈재는 삼국통일로 나라를 잃은 백제 유민들이 의적이 되어 조선 초기까지 봉물을 약탈하는데 본거지로 삼은 곳이다.하지만 백제가 망하기 이전에도 도적떼들이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는 것이 바로 방등산가다. 방장산 줄기는 조금 들어가 숨은 형국이다. 이 들어간 형국이 오히려 숨어들기 좋아하는 도적떼들에게 알맞은 산채 터를 마련해 주었을 것이다.

   전남 장성과 전북 고창, 정읍 경계에 솟은 방장산(744m)은 내장산 서쪽 줄기를 따라 뻗친 능선에서 가장 높이 솟은 봉우리다. 지리산, 무등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으로 추앙받아 왔으며, 주위의 내장산, 백암산, 선운산 등의 명산을 지척에 두고 있으면서ㅏ도 결코 기세가 눌리지 않는 당당함을 보여준다. 지리산을 달리 방장산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신이 살 듯한 신비로운 산에만 붙이는 이 이름은 청나라에 멸망한 명나라를 숭상하던 조선의 선비들이 중국의 삼신산 중의 하나인 방장산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산기슭에 세 개의 계곡이 있다. 이중 서쪽 기슭의 용추폭포가 흐르는 용추골이 제일 유명한데, 수심이 깊어 용이 승천하였다고 전한다. 폭포 아래 웅덩이의 깊이까지 치면 높이가 20m 정도 된다. 경치가 아름답고 경사가 가파른 협곡이다. 방장산은 별로 높지는 않지만 봉우리가 많고 경사가 심하므로 산행할 때 주의해야 한다. 주변에는 내장산국립공원, 선운산도립공원, 석정온천, 고창읍성, 장성 입암산성, 백양사 등 명소가 많다.

   1번 국도가 지나가는 장성갈재 고갯마루(274m)에는 차를 주차하고 쉴 수 있는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장성 백양사 사거리역 쪽에서 차를 타고 올라오면 장성갈재다. 이곳에서 도로 건너편을 넘어서면 산불조심표지기와 함께 도로설치공사비가 있다. 오른쪽으로는 임도로 가는 길이 있는데 산불조심표지기와 함께 철문이 굳게 닫혀있다. 이 비석의 오른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오른다. 갈재에서 40분쯤 오르면 군인들이 훈련장으로 사용한 참호가 널려있다.

   안부로 내려서서 50분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급사면을 오르면 정상으로 착각할 정도의 높은 봉우리에 닿는다. 743m봉이다. 여기서 5분쯤 내려가면 정상 아래의 좋은 자리에 터를 잡은 큰 무덤을 만난다. 무덤의 북동쪽에 있는 전망대바위는 맑은 날엔 넓은 정읍평야가 한눈에 들어서는 곳이다. 능선은 정면으로 고만고만한 소개의 봉우리가 조망된다. 743m봉에서 50분쯤 오르면 725m봉이다. 4개의 봉우리 중 가장 낮은 봉우리다.

   725m봉우리에서 40여분쯤 걸어 뾰족하게 솟은 세번째 봉우리에 오르면 봉화대를 쌓아올린 흔적 위에 헬기장이 설치되어 있다. 봉수대다. 전망이 좋아 방장산 인근의 산악인들은 이 봉우리를 정상으로 생각한다. 전망이 좋지만 정상은 아니다. 봉수대에서 약 20분 정도 걸으면 삼각점(742.8m)이 있는 곳에 장성 산악인들이 정상표지목을 세워놓은 방장산 정상이다. 정상이지만 전망이 그리 좋지 않다.

   정상에서 30분 정도 내려가면 고창고개다. 여기서 오른쪽(북)으로 1시간20분쯤 내려가면 용추폭포 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고, 왼쪽(남)으로 30여분 내려가면 장성쪽 방장산자연휴양림이다.

   고장고개에서 계속 능선을 따라 30분 정도 가면 벽오봉(640m)에 이른다. 봉우리의 왼쪽으로 고창읍내와 서해가 조망되는 곳이다. 최근 행글라이더 이륙장으로 이용되는 봉우리다. 방장산자연휴양림에서 시작되는 휴양림 체험장 길이 벽오봉 정상까지 나있다. 벽오봉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 고창읍으로 약 1시간30분 정도 내려가면 고창읍내의 석정온천으로 내려갈 수 있다.

   양고살재쪽으로 10분쯤 내려가면 상원사로 내려가는 삼거리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30여분 내려가면 상원사다. 삼거리에서 579m봉을 넘어 임공사를 지나 50분쯤 내려서면 양고살재에 이른다. 양고살재는 병자호란 때 고창 출신 무장인 박의가 누루하치의 사위인 양고리를 살해했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고개라고 전하여 온다.

   *산행길잡이

   장성갈재-(1시간30분)-743m봉-(50분)-725봉-(40분)-봉수대-(20분)-방장산-(30분)-고창고개-(30분)-벽오봉-(1시간)-양고살재

   전남 장성과 전북 고창, 정읍 경계에 솟은 방장산은 내장산 서쪽 줄기를 따라 뻗은 능선 중 가장 높이 솟은 봉우리고, 호남정맥의 내장산, 입암산, 목포 유달산까지 영산강 서쪽에 분수령을 길게 뻗은 기맥에 위치한다. 산세는 지능선이 많지 않아 마치 정맥의 능선처럼 굵고 힘차게 느껴진다.

   인근 내장산국립공원의 유명세에 눌려 알려져 있지 않은 산이었으나, 양고살재 도로가 뚫리고 방장산자연휴양림이 들어서 현재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가족끼리 산행하기에 가장 쉬운 코스는 방장산자연휴양림에서 고창고개를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되내려오는 것이다. 약 3시간 소요된다.

   제대로 산행하려면 장성갈재에서 시작해 양고살재로 하산하거나 그 반대로 잡는 것이 좋다.

   *교통

   용산역에서 장상, 백양사간 무궁화호, KTX열차가 수시로 운행한다. 광주나 정읍에서 광주버스터미널~백양사역 사거리~정읍, 백양사 직행버스 수시운행한다.

   백양사역사거리 버스터미널에서 양고살재, 방장산자연휴양림, 갈재로 가는 대중교통편이 없으므로 북이택시(080-392-8246)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양고살재나 갈재에서 지나는 차를 얻어 타고 고창읍이나 백양사역 사거리 터미널에 가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잘 데와 먹을 데

   방장산자연휴양림을 이용 숙박하는 것도 방장산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좋을 것이다. 방장산자연휴양림(061-394-5523)은 2000년 7월 개장했다. 휴양림 내에는 참나무류와 소나무, 편백, 낙엽송, 리기다소나무 등이 많이 자라고 있다. 수용인원은 최대 500명이며, 휴관일은 매주 화요일이다. 단 성수기 7~8월 달은 제외한다.

   휴양림 외에 방장산 주변은 마땅한 숙소가 없으므로 백양사역 사거리커미널 쪽이나 내장산국립공원쪽 백암산지구, 남창계곡쪽 숙소를 이용하는게 편리하다. 백양관광호텔(061-392-2114), 백암산민박(392-6315), 김동현민박(392-7751), 박석원민박(392-7547) 등 많다. 민박요금은 성수기 때는 달라지지만 보통 2인1실에 30,000원, 1인 추가되면 5,000원이 추가된다.

   *볼거리

   고창읍성 고창읍성은 단종 원년(1453)에 왜침을 막기 위해 전라도민들이 유비무환의 슬기로 축성한 자연석 성곽이다. 일명 모양성이라고도 하는데 나주진관의 입암산성과 연계되어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로 만들어진 읍성이다.

   윤달에는 돌을 머리에 이고 성곽을 세번 돌면 무병장수하고 극락승천하다는 전설에 따라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부녀자들의 답성행렬이 장관을 이루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답성풍속이 전승되고 있다.

   글쓴이:전기철 해남주재기자

 

 설릉종주산행

방장산르포

"올해는 강원도 사람들도 눈보러 온다니까요"

폭설내린 장성갈재~정상~자연휴양림 주능선 종주

 

   "눈이 잦긴 하지만, 이렇게 많이 내린 눈은 처음 봅니다." 12월 초부터 시작된 서해안과 전라도 지방의 눈은 그야말로 하얀 공포였다. 길에는 허리춤까지 눈이 쌓여 차량 통행이 불가능했고, 비닐하우스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주저앉았다. 부실하게 지은 가건물이나 노후된 집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쌓이는 눈을 바라보며 한숨짓던 농민들의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산 위에는 도회지보다 더 깊은 눈이 쌓였다. 게다가 올해는 유난히 추위가 빨리 와 봄이 올 때까지 눈이 그대로 남아있을 공산이 크다. 주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산에 다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큰 눈은 좋은 구경거리다. 게다가 예년과 달리 겨울이 시작하자마자 폭설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도 행운이라 하겠다.

   전북 고창과 전남 장성의 경계를 이루는 방장산(743m)은 이번 폭설 때 많은 눈이 내렸다. 일시적으로 진입이 통제된 호남고속도로 일부 구간도 이 산 근처였다. 그야말로 눈 폭탄이 쏟아져 많인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 '많은 눈'은 산군들의 도전 욕구를 부추긴다. 망설일 것도 없이 심설이 쌓인 방장산으로 향했다.

   방장산은 우두머리를 뜻하는 '방장(方丈)'을 산 이름으로 삼은 산답게 우뚝한 모습이 일품이다. 호남고속도로 내장산 나들목을 지나 백양사 나들목으로 가다보면 호남터널로 들어서기 직전 오른쪽에 높게 솟은 산줄기가 보인다. 이 장쾌한 능선이 바로 방장산 줄기다. 일반적으로 이 산은 시원스런 조망과 울창한 숲이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눈이라는 특별한 테마가 기다리고 있다.

   폭설피해 흔적이 산재한 방장산 주변

   산행은 장성갈재에서 시작한다. 고개로 가는 길 주변에는 큰 눈이 남긴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도로 옆으로 치워 둔 눈이 사람 키만큼 쌓였고,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길이 좁아진 곳도 보인다. 하지만 차량 운행에는 큰 어려움을 겪을 정도는 아니었다.

   구불구불한 1번 국도를 타고 고개를 오른다. 고개 정상에 오르니 관광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다. 혹시 등산객들인가 하고 자세히 보니 산에 갈만한 복장은 아니다. 강원도에서 눈구경하러 이곳까지 온 사람들이었다. 그쪽은 요즘 가뭄 때문에 산불예방에 비상이 걸렸는데, 전라도 땅은 폭설에 고생이니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이번 산행에는 임연택(52)-지웅(15) 부자와 등산장비점 유달산장의 황정원(38) 사장, 김효경(43), 윤명오씨(36) 등 목포 YMCA산악회팀이 대거 지원을 나왔다. 겨울 눈길 산행은 인원이 많은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방장산 초입의 눈길은 잘 뚫려 있다. 장성갈재 정상의 임도 입구에 차를 세우고 철문 옆 산길로 접어들었다.

   서너 명씩 패를 나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고도를 높였다. 예상대로 깊은 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이 많이 곧어 있는 상태로 길은 잘 나 있어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길이 잘 다져지지 않은 곳에서 무릎까지 다리가 빠져들어갔다.

   주능선 눈길 뚫으며 정상 향해 전진

   가파른 사면을 치고 오르니 주변 산들이 점차 고개를 숙인다. 발 아래 호남고속도로가 굵은 선을 그리며 남북으로 뻗어있다. 건너편에 보이는 입암산도 눈을 잔뜩 뒤집어쓴 모습이다. 북쪽의 벌판은 온통 은색으로 번쩍였다. 시원스런 조망을 즐기며 눈앞의 봉우리를 향해 나아갔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눈도 깊어졌다. 바위 위에 쌓인 눈을 보니 족히 70cm는 될 듯하다. 어떤 곳은 지형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설량이 많았다. 키 작은 잡목들은 완전히 눈속에 파묻혔고, 그 위로도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가지가 부러진 나무들의 모습은 처참했다. 이미 몇 주가 지났지만 폭설의 흔적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첫번째 봉우리의 헬기장을 거쳐 734m봉 직전의 공터에서 조금 이른 식사를 했다. 어느새 정오가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눈 때문에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봉우리부터 러셀자국이 사라진다는 점. 주능선 구간은 우리가 러셀하면서 진행해야 했다. 방장산까지는 사람들이 자주 다닌다는 자연휴양림 직원의 말을 듣고 눈길이 뚫렸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사진기자 김승완씨와 목포 YMCA산악회 3인조가 앞에서 길을 열었다. 눈길 뚫기는 체력소모가 보통 심한 것이 아니다. 그나마 설면이 단단해져 있기 때문에 비고젹 쉽게 치고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육중한 몸무게의 임연택씨는 고생이 심했다. 앞 사람의 발자국을 밟아도 다시 무릎 이상 빠져들었다. 어떤 곳은 눈 밑의 산죽밭 속에 빈 공간이 생겨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곳도 있었다.

   해질녘 간신히 휴양림에 도착해

   주능선은 숲과 바위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 바위 위에 샇인 눈은 햇볕과 바람에 녹으며 커다란 눈처마를 형성했다. 부분적으로 보면 히말라야 고봉의 바위능선 같은 분위기다. 여느 겨울의 방장상 같았으면 보기 힘든 특별한 풍경이다.

   정면을 보면 방장산을 향해 곧게 뻗은 능선이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을 솟구치고 있다. 이 작은 산들을 모두 넘어야 목적지인 방장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속도는 안 나고 체력은 점점 떨어졌다. 장성갈재에서 양고살재까지 주능선 종주가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무리였다. 휴양림까지만 가도 시간이 빠듯할 듯했다. 거의 쉬지 않고 꾸준하게 걸었다.

   맨 앞에서 길을 뚫던 사진기자 김승완씨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걷기도 어려운데 사진까지 찍어야 하니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게다가 심설산행을 해본 경험도 없으니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쉴 수 있도록 황정원씨와 선두를 교대하고 뒤로 쳐졌다. 앉아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김승완씨 옆에 취재팀의 막내 임지웅군이 슬며시 다가갔다.

   "많이 힘드세요?"

   "야! 눈길 산행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네."

   "삼촌! 눈을 즐기세요."

   "지웅아! 내가 눈을 즐길 수 있을 정도면 여기 있겠냐?"

   '눈을 즐겨라!' 눈을 보러 이곳까지 온 사람들이니 즐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도 하루 종일 하면 지겨운 법이다. 단순 노동에 가까운 러셀을 재미로 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눈을 즐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능선이 다시 긴 오르막으로 바뀌었다.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한달음에 올랐다. 정상부가 널찍한 봉우리에 올라섰다. 봉수대였다. 워낙 눈이 많아 축대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곳이 봉수대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선두에서 환호가 들렸다. 사람 발자국을 발견한 것이다. 휴양림이나 양고살재에서 올라온 등산객들이 이곳까지 다녀간 모양이다. 속도를 내서 방장산 정상으로 향했다. 널직한 공터가 있는 정상에 서니 주변이 제법 어둑어둑해졌다. 고창벌 너머로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날씨가 흐려 멋진 낙조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했다. 서해안고속도로 옆에 점점이 박힌 민가에서 하나둘 불빛이 피어났다.

   서둘러 산을 내려섰다. 능선길 왼쪽 아래로 휴양림의 산막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목적지가 다가오니 긴장이 탁 풀렸다. 고창고개에서 왼쪽 임도로 내려섰다. 주능선에서 불과 100m 남짓한 거리에 넓은 산길이 나 있었다. 이 휴양림 내부 도로를 따라 산막지구로 향했다.

   방장산 주능선을 다 밟지 못하고 하루가 저물었다. 그래도 장성갈재~방장산 구간의 적설기 초등이라는 작은 성과에 만족한다. 사실 장성갈재에서 양고살재까지는 해가 긴 계절에도 만만치 않은 거리다. 헌데 눈이 잔뜩 쌓인 미답의 길을 간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늘 느끼지만, 심설산행은 강력한 소수정예보다 평범한 다수가 훨씬 유리하다. 힘에 부칠 때마다 교대로 눈을 헤쳐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산행방법. 거기에 덧붙여 눈을 즐기는 여유도 필요하다.

   *산행길잡이

   식수는 산행 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적설기에는 휴양림까지 가기도 빠듯해

   방장산 주능선 종주 코스는 당일산행으로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도편차가 500m가 넘고 오르내림이 잦아 거리(약 9km)에 비해 훨씬 힘이 든다. 올해처럼 등산로에 눈이 많으면 산행시간은 갑절로 늘어날 수 있다. 이 코스는 산행기점은 물론 중간에 식수를 구할 곳이 없다. 산행시작 전에 충분한 물을 준비해야 한다.

   산행을 시작하는 장성갈재 고갯마루 서쪽의 임도차단문 오른쪽으로 산길이 보인다. 임도를 따르다 산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이후 숲속의 급경사 오르막이 한동안 이어진다.

   20분쯤 지나면 턱진 능선 사면을 올라선 다음 곧 헬기장을 거쳐 무명봉(약 510m)에 올라선다. 무명봉을 넘어서면 능선은 좁아지면서 군교통호가 이지러이 나타나다 뚝 떨어진다. 여태껏 올라온 높이가 아까울 정도로 떨어진다.

   안부(약 440m)를 지나면 다시 오르막이 한동안 계속되다 묘에 다다른다. 묘를 지나 능선을 잠깐 올라서면 734m봉이다(갈재 1.8km, 신월리 3.2km). 다시 산길을 따르면 바위산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능선이 이어진다.

   이후 계속해 능선을 따르다 2m 높이의 침니바위를 내려선 뒤 조망이 뛰어난 너럭바위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보는 방장산과 봉수대 일대의 조망이 시원스럽다. 너럭바위를 지나 안부로 내려선 뒤, 다시 작은 봉우리 두 개를 넘어서면 정상이 널찍한 봉수대에 올라선다. 봉화대에서 정상으로 가려면 문바위재로 내려섰다 다시 올라야 한다.

   정상에 올라선 다음 능선길을 따라 20분쯤 내려가면 닿는 장성고개에서 왼쪽(남쪽)길을 따라 휴양림으로 내려서도록 한다. 고개에서 오른쪽 길은 용추계곡을 따라 용추동을 거쳐 신기마을로 이어진다. 장성고개에서 휴양림 관리사무소까지는 20분 정도면 내려선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벽오봉을 거쳐 양고살재까지 산행을 이을 수 있다.

   *교통

   방장산은 장성군 북이면 사가리(호남선 백양사역)나 고창읍에서 접근한다. 백양사역까지는 서울~광주간 호남선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백양사역에서 휴양림으로 가는 노선버스가 없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고창까지는 서울(강남고속터미널 07:00~17:00, 1일 16회 운행),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40~20:30, 1일 26회 운행. 전화 062-360-8114 ARS), 전주(공용버스터미널 06:05~20:30, 1일 34회 운행. 전화 063-270-1700) 등지에서 직행버스가 수시 운행하고 있다. 고창에서 장성갈재나 방장산휴양림까지 다니는 노선버스가 없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호남고속도로 백양사나들목에서 빠져나가 우회전해 장성군 북이면 소재지로 진입한다.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의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1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10분쯤 오르면 장성갈재에 닿는다. 양고살재 방면으로 가려면 백양사나들목을 나와 좌회전, 고창으로 이어지는 15번 지방도를 다른다. 백양사나들목에서 방장산휴양림까지는 약 6km, 휴양림 입구에서 양고살재까지는 약 1km.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에는 고창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역시 15번 지방도를 따라 고창읍내를 거쳐야 진입한다. 석정온천을 지난 삼거리에서 왼쪽 도로를 따르다 양고살재를 넘어 7km쯤 가면 백양사나들목이다.

   고창시외버스터미널 기준 택시요금은 방장산자연휴양림 10,000원, 장성갈재 20,000원 가량. 고창택시 063-561-0001, 564-3551.

   *숙박

   방장산자연휴양림 외에는 고창읍내의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그랜드모텔(063-561-0037), 워커힐(561-5358), 넥스텔여관(564-8999), 그린파크장(562-5900). 방장산 밑의 석정온천은 현재 리모델링 작업 중이라 이용이 불가능하다. 당초 올 겨울 개장을 목표로 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공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재개장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2009.07.11 토요일..

장마전선이 다시 다가 오면서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느즈막하게 고창 방장산으로 달렸다.

북광주를 거쳐 백양사IC를 빠져나와 전남북의 경계지점인 양고살재에 주차를 하고 바로 방장사 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양고살제에 세워진 지혜와 자비의 도량 안내문중에서..

 

깊은 물과 얕은 물은 그 흐름이 다르다.

바닥이 얕은 개울물은 소리를 내고 흐르지만

깊고 넓은 큰바다의 물은 소리를 내지 않고 흐른다.

부족한 것은 시끄럽지만 가득찬 것은 조용하다.

어리석은 사람은 반쯤 채워진 그릇과 같고

지혜로운 사람은 가득찬 그릇과 같으니라-숫타니파타에서... 

 이름 모를 야생화

 양고살재에서 방장사로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방장사 입구 갈림길

 모든것을 고맙게 기억하면 무엇보다 자기 마음에 평화가 옵니다.

 꽃은 원추리 같은데 잎이 아니어서 찾아보니 하늘나리꽃이다.

 

 배넘어재 이정표..

  

 갈미봉

 

 갈미보에 피어 있는 패랭이꽃...누군가 심어 놓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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